서론
우리나라에서 재벌이라는 말은 정말 흔한 말이다. 나도 이전에는 재벌이라는 것이 전 세계 어디에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재벌들이 있는 나라는 그렇게 많지 않다.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3개의 국가 정도에 재벌이 있다. 그 중 우리나라의 재벌이 가장 규모가 크고, 이례적이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우리나라에서 대기업 = 제벌 이라는 공식이 성립하는데, 이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본 몇가지 문제들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보고자 한다.
대기업의 하청 구조
이 책에서 가장 큰 문제로 삼고 있는 부분이다. 바로 대기업의 하청이다. 대기업에서 직접 처리하기에는 너무 세세하게 신경써야 할 일이 많고, 중견기업 또는 소기업에서 자체적으로 기획해서 진행하기에는 자금력 부족 등으로 버거운 일을 의뢰 방식으로 대기업에서 기획하여 중소기업이 진행하는 방식의 업무 처리이다. 하청 제도에는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
- 효율적인 분업화 및 사업의 전문화
- 저렴한 인건비로 인한 경제적인 효과
- 낙수 효과에 의한 동반 성장
대기업의 부품에 볼트가 많이들어가는데, 이러한 볼트를 제작하는 것 까지 대기업이 도맡아하게 된다면, 사업을 성공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울 뿐더러, 사업의 효율이 떨어진다. 이를 위해서 대기업은 여러 중소기업과 하도급 계약을 맺게 되고, 완성된 중간 부품을 받아서 제품을 완성하게 된다. 이렇게 분업화가 된다면 중소기업에서는 특화된 분야에서 일을 진행하므로 전문성이 높아진다.
또한 대기업이 제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하게 된다면, 중소기업에서도 지속적으로 일거리가 들어오므로,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어 있다. 이렇게 안정적으로 회사가 운영되기 시작하면, 중소기업에서도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생긴다. 더 나아가 국가에서 대기업에 여러 혜택을 주면서 힘을 실어주면 중소기업도 이에 대한 낙수효과를 받을 수 있다. 실제로 1970년대에 우리나라의 경제 구조는 대기업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중소기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는 결과가 있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면서 하청 제도에 문제가 발견되었다. 대체 어떤 문제가 발생한 것일까?
대기업의 중소기업 쥐어짜기
언제나 기업의 기본 원리는 이익 추구이다. 따라서 기업에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하청 업체에서 제품을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받아와야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이러한 구조가 더 심해졌다. 대기업의 사업이 잘되면서 경기가 성장기에 있을 때는 나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대기업이 버는 이익은 꾸준히 상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 하강기로 접어듬에 따라서 생산한 제품의 수요가 줄어들고, 대기업의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시기가 도래하면서 본격적인 문제가 발생하였다. 대기업은 언제나 높은 수익을 유지하고자 하였고, 이러한 부담 대부분이 중소기업에게 전가되기 시작한 것이다. 대기업의 언제나 최고 실적을 유지한다는 것의 이면에 중소기업 착취가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더 저렴한 가격에 부품을 납품하도록 중소기업을 압박한다. 이런 압박이 가능한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거래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아니더라도, 다른 기업이 있기 때문이다. 하청업체가 막대한 손해를 보고 계약을 파기하더라도 다른 업체와 계약하면 사업 진행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도 결국 기업을 유지해야하므로 최소한의 인건비로 제품을 제작한다. 이 과정에서 근무 환경이 열악해진다.
이러다가 중소기업에서 중대재해 등 인명피해가 발생하더라도 대기업은 직접 손대고 있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발뺌을 한다. 그럼에도 유지하는 이유는 일시적인 이익이 보장되어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책에서 대기업들이 성과 지표로 하청업체에서 원가절감을 얼마나 해내냐라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한다. 이러한 평가 구조에서 정상적인 계약의 구조가 나오는 것은 불가능으로 보인다.
중소기업 쥐어짜기 형태는 일시적인 이익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중소기업의 부실화, 기술 개발 지연으로 인해서 대기업에게도 어느정도 피해가 온다. 그럼에도 대기업이 이런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눈 앞의 이득에 급하기 때문이다.
이런 기형적인 상황을 재벌이 자체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계속해서 착취가 이뤄져왔던 것이 이를 대변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가 공권력을 이용해서 시장에 개입해야한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재계에서는 다양한 논리를 들이밀면서 시장 원리에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Q : 중소기업에서 계속 계약 관계를 유지하는 이유는 어쨌든 간에 이익이 남기 때문 아닌가?
A : 중소기업에서 계약 관계를 유지하는 이유는 계약을 유지하든, 파기하든 결국 망하는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계약이 끊기게 되면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굶어 죽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원가를 절감하라는 요구에 어떻게든(열악한 환경이 되던 말던) 맞춰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심지어 이익이 남지 않더라도 말이다.
Q : 자유시장원리에 있어서 기업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면 어쩔 수 없는 현상이 아닌가?
A : 현재 상황은 오히려 시장 원리를 해치고 있다. 사업 상의 지위를 이용해서 자신이 갑의 위치에 있도록 함과 동시에 이를 악용해서 이익을 만들어내고 기업에 피해를 입히며 시장 구조를 망가트리고 있지 않은가.
이익 공유제
이러한 배경 속에서 등장하는 것이 이익공유제다. 나도 이 책에서 이익 공유제의 배경과 이것이 실질적인 의미를 가지는 이유를 처음 알게되었다. 이익공유제란 대기업에서 발생한 이익에 대해서 이 제품에 관여한 모두의 참여를 인정하자는 의미이다.
이익 공유제는 책에서 처음 주장하는 제도가 아니다. 이와 관련된 여러가지 사례가 있다. 비디오 대여업체인 '블록버스터'는 비디오 대여 시장의 문제점으로 너무 적은 비디오 종류를 꼽았다. 따라서 비디오 판매업체로부터 비디오를 구입해서 대여업을 진행하고자 하였다. 이렇게 되면 비디오 대여업이 시작된다면, 비디오 판매업체가 줄어들 것이 당연하다. 이런 문제를 고려해서 비디오 대여업에서 생기는 비디오 판매업체와 나누기로 계약을 채결하고 더 저렴한 가격에 비디오를 구매해오기로 하였다. 그 결과, 비디오 시장에서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익 공유제는 대기업의 이익을 강제로 뺏어서 중소기업에게 나누어주자는게 아니다. 미래를 위해서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동반성장을 돕기 위한 제도이다. 이외에도 초과 이익 분배제도, 손해 분담제도 등 다양한 취지의 제도들을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은 미적지근한 입장이다. 이제는 단순히 눈 앞의 이익을 좇을 때는 지났다. 동반 성장만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이 될 것이다.
사실 처음 이익공유제를 이낙연 전 당대표에게서 들었었는데, 배경을 알고보면 꽤 괜찮은 제도가 아닌가 싶다. 단순히 좌우를 나누어서 싸우는 구태정치를 벗어나서 객관적인 사실을 바라보고 공부하는 계기로 삼는 것은 어떤가 싶다.
마치며
단순히 반기업 정서를 가지자는 주장이 아니다. 기업이 국내에 기여하는 바는 적지 않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분명히 알아야하는 것은 현재의 대기업은 중소기업 착취로부터 생긴 이득으로 자신들의 곳간을 쌓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일자리 창출 외에는 도움이 되지 않으며, 중소기업 시장을 망가트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여러분도 단순히 기업을 옹호하기보다는 조금 더 복합적인 생각을 가지고 상황을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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