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 이야기/독후감

한국 재벌 흑역사(상) - 삼성, 현대

반응형

  저번 독후감에서는 재벌들의 밥그릇이라는 책을 읽었다. 우리가 흔히 살펴보는 재벌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사회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어림잡아 알고 있었던 내용을 정확하게 다시 확인했다. 그런데도 풀리지 않는 몇 가지 의문이 있었다. 사실 재벌에 대해 비판적인 내가 이와 관련된 사실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이 스스로 부끄럽기도 했다. 그래서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던 이완배 학자의 한국 재벌 흑역사라는 책을 읽었다. 재벌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으며, 흔히 말하는 삼성공화국은 왜 나오게 된 말인가?라는 몇 가지 질문에 명쾌한 해답을 제시한다.

   

한국 재벌 흑역사 - 이완배

 


삼성

삼성이라는 틀 안에 갖혀있는 한국 사회

  삼성의 별명이 '관리의 삼성'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 글을 쓴 필자도 삼성의 관리 데이터 베이스 내부에 들어가 있다는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우리가 흔하게 삼성 장학생이라고 하는 내용이 실제로 존재하여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에 들어 있다는 내용으로도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러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삼성의 비자금과도 크게 관련 있다. 과연 우리가 성공의 신화만으로 삼성이라는 기업을 보아야 하는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삼성의 편법 및 불법 세습과정

 자, 여기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재테크 고수가 있다. 단돈 60억 원을 20년 만에 9조 원으로 불린 사나이. 20년 누적 수익률이 무려 14만 9,900%에 이른다. 이 정도면 버핏이나 코스톨라니, 긴조에 충분히 견줄 만하지 않는가. 이 자랑스러운 재테크 고수의 이름이 바로 삼성그룹 3세 승계의 주인공 이재용이다. - 책의 내용 중

 

  이재용은 1995년 60억 8천만 원을 증여받았다. 이에 대해서는 정당하게 16억 원의 증여세를 납부함으로써 정당한 증여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후에 삼성 계열사인 삼성엔지니어링과 에스원을 매입했다. 이는 비상장 주식으로 모두 매우 저렴한 가격에 매입한 것이다. 실제로 이런 저렴한 가격에 구매한 후에 비싼 가격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약 500억 원을 넘게 남긴 것이다. 현재는 비상장 주식에 관한 거래도 엄격하게 법에 의해서 규제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그런 규제가 없었기 때문에 이런 편법 증여가 가능했다.

  삼성가에서는 한 번 사용한 방식은 다시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미 비상장 주식으로 편법 증여를 진행하였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사용했다. 바로 전환사채를 이용한 편법 증여이다. 당시 에버랜드에서 전환사채를 삼성 일가에만 발행했다. 당시 에버랜드의 한 주의 주가는 약 7만원 정도였는데, 한 주에 5천 원 정도로 매우 저렴한 가격에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이 외에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을 이용해서 편법 증여를 진행하였고, 매우 큰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다. 당시에는 법에 위촉되지 않아서 편법으로만 처리되었다. 이 외에도 비자금 조성 등 굉장히 다양한 문제가 많았지만 핵심적인 내용만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재벌들의 승계 과정은 쉽지 않다. 삼성전자는 외국계 보유 비중이 약 50%를 상회할 정도로 굉장히 지분율이 쪼개져 있는 회사이다. 당시에 이건희가 가지고 있던 삼성전자의 비율이 3.38%정도가 되는데, 이를 현금으로 환산하면 약 2조 정도에 가깝다. 이재용이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주식을 확보하여야 한다. 이건희가 가진 삼성전자의 주식을 현금으로 환산하면 수 조원에 달하므로 승계를 위해서는 꽤 큰 상속세를 지불해야 했다. 문제는 이재용이 세금을 지불할 충분한 재산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삼성가에서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바탕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이재용의 지배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계획을 세웠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이름만 봐도 알겠지만, 전혀 관계없는 회사이다. 그럼에도 상호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 아래에서 합병을 추진하였다. 오직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강화가 목적인 합병 계획이 세워진 것이다. 이재용은 위에서 이야기한 편법 증여로 제일 모직의 지배력을 확보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삼성물산과의 합병이 진행되면, 삼성물산이 가지고 있는 4.1% 정도의 삼성전자 주식을 바탕으로 완벽한 편법 승계가 완성되는 것이었다.

  합병 비율은 삼성물산 : 제일모직이 3:1 이었다. 이는 시가총액으로부터 계산된 것인데, 이에는 큰 허점이 있다. 두 기업의 자산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파악한 벌처 펀드에서 삼성물산 주식의 7.7%를 확보하고, 합병 반대에 나섰다. 따라서 합병에 난항을 겪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삼성은 목적이 기업 승계였다는 것을 드러내었다. 모든 주주들에게 수박을 돌리며 찬성해달라는 의견을 주장했으며, 그 당시에 삼성물산의 큰 비중을 갖고 있던 연기금이 해외 투자자문사의 권고(당시에 해외 연기금 대부분은 해외 투자 자문사의 권고에 따라서 결정한다, 리스크를 피하기 위함. 이와 반대의 행위를 취하기 위해서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에도 불구하고 합병에 찬성하며 67~68% 정도의 비율로 아슬아슬하게 통과된다. 연기금이 이런 결정을 내리기 까지 관리의 삼성이 큰 역할을 했다고 의심해볼 만한 대목이다.


현대 

 

  현대의 경우에는 노동자에 대한 인식관 자체가 가장 문제라고 보였다. 물론 현대도 마찬가지로 기업 승계를 위해서 편법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 부분을 읽으면서 가장 선명하게 남은 것은 8.3 사채 동결 조치와 현대중공업 식칼테러 사건이다. 

  8.3 사채 동결 조치에 대해서 논하기 전에 '초법적 경제 조치'라는 것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초법적 경제 조치란 법을 무시하면서 내리는 경제 조치를 의미한다. 현대 사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곳이 어디있냐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짐바브웨라에서는 2015년 6월에 자국 화폐의 통용을 금지하는 초법적 경제 조치가 이루어졌다. 당시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약 5경정도 짐바브웨 달러가 있어야만 커피 한잔 정도를 사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자국 통화가 휴지조각으로 전락하였다. 따라서 자국민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 짐바브웨 달러를 미달러로 바꾸도록 하였다.

  법을 초월한 결정이다보니, 초법적 경제 조치는 함부로 진행되어서는 안된다.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에 대해서 신중에 신중을 가해 결정 해야한다. 하지만 이러한 초법적 경제조치가 진행된 것이 8.3 사채 동결 조치이다. 사채 동결 조치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기업이 보유한 사채를 조정한다
  • 모든 기업은 사채를 정부에 신고해야 한다.
  • 신고 된 사채는 1972년 8월 3일자로 월리 1.35%, 3년 거치 후 5년 분할상환의 새로운 채권채무 관계로 법에 따라 조정되거나 돈을 빌린 기업의 자본금으로 변경한다.

 

  당시 사채금리는 월 4.5%, 연 이자율 54%의 고금리였다. 그런데 사실 이는 그렇게 높은 수치라고 보기 어려웠다 왜냐하면 당시 은행권 대출 금리가 1971년 기준으로 연 24%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상상할 수 없지만, 당시 은행 예금 금리도 22% 가까이 되었음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높은 수치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또한 사채는 국민들이 사적으로 맺은 계약이다. 근데, 박정희 정권에서 이 계약을 모두 무효로 해버린 것이다. 연 16.2%로 1금융권의 은행 대출 금리보다 낮아진 것이다. 그러면 아까 말한 초법적 경제 조치가 발동될만큼 사채로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었던 것일까?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반 국민들의 사채 사용 정도는 동네 돈놀이 수준이었다.

  당시 박정희 정부가 들어선 후에 장기 정권 유지를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결탁하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사실은 이 모든 것이 기업에 편의를 위해서 진행되었다. 당시 재벌들은 기업의 외형 확장에 큰 힘을 쏟고있었고, 돈을 끌어다 여러가지 계약을 하는 것에 서슴치 않았다. 따라서 박정희는 기업들의 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이는 현대 그룹에 부여된 특혜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 정부가 친 기업적인 정책을 펼치는 것은 보수정권이라면 언제나 일관된 모습을 보였다 보니까 신기하긴 했지만 그렇게 놀랄 정도는 아니었다. 내가 더 충격을 먹었던 것은 이러한 재벌가의 가치관이다. 이러한 가치관이 결국 노동자에 대한 탄압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당시 현대 계열사에 취직해있던 직원들은 인간으로써의 기본 가치도 인정받지 못했다. 실제로 두발 규정이 있을 정도였다. 당시 현대 조선은 처음 조선소를 만들고 배를 처음 건조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런데 울산 조선소를 제작함과 동시에 배를 완성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이러한 무리한 계획은 실질적으로 성공했는데, 이에 대한 피해가 잇달았다. 1973년 한 해동안에 조선소에서 1894건의 산재 사고가 있었는데, 이 중 34명이 목숨을 잃었다. 많은 언론사에서 정주영의 성공신화로 다루는 내용과는 사뭇 다르다. 이런 사건에 대해서 현대미포조선 회장을 지낸 이정일이 한 말이다.

그런 여건에서 사고가 안 났다면 오히려 이상한 거지요. 작업 조건도 나빴고 정신들이 해이해져 있었닫고 봐야합니다. 모든 안전사고는 안전시설이 미비해 발생하기도 하지만 정신 상태가 어떤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 아닙니까? 정신 상태가 그만큼 중요했단 말입니다.

  사실 정말 충격적인 발언이다. 분명 2년만에 건조하는데에는 수많은 노동력이 갈려나갔고, 발생한 여러 인명사고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럼에도 이런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다는데에 저 사람들의 의식을 엿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런 살인적인 환경에 노동자를 몰아넣으면서 성과급 제도를 도입하고자 하였다. 많은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기존에 받던 돈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따라서 현대주선소 기능공이 적어도 인간적인 대우를 해달라는 농성을 시작하였다. 이들의 요구가 과연 과했을까? 능률급제 철폐, 부당 해고 금지, 사원과 기능공의 차별대우 철폐, 시간당 임금 100% 인상, 상여급 지급, 노동조합 결성 보장, 입시직의 공원 승격 보장 등 13개이다. 물론 세부적인 내용을 보지 않는다면 과한 요구라고 할 수 있겠지만 매년 2000명 가량의 산재 피해자가 나오는 환경에서 과연 저 내용들이 과한 요구일까 하는 추측은 해볼 수 있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 정주영은 "미친놈들의 헛소리"라고 하였다. 얼마나 심각한 기업가 정신인가! 회장의 이런 반응이 전달되자, 노동자들이 분노에 가득차 본관 유리창에 돌을 던졌다. 따라서 경찰이 개입하여 이 사태를 진압했다. 진압 과정이 얼마나 격렬했으면 부상자가 100여명이 넘었다. 이가 바로 현대조선 폭동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 유신독재가 있던 시기이다보니 얼론이 철저히 통재되었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당대 남겨져 있는 현장조사 여야 의원들의 국회 발언들을 보면 우리가 과연 이를 폭동 사건으로 불러야할지 의문이 생긴다.

 

휴식 시간의 임금 공제는 일찍이 들어보지 못한 일로, 이런 임금 착취를 시도한다면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유신정우회 김상봉
수출 고도성장을 내세운 재벌의 오만불손한 자세는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다. 재산 도피, 자녀 이민 등 불법 부정이 부지기수인데 당국은 근로자의 불만이 폭발하기 전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 - 신민당 천명기
이번 사건은 정부의 집중 지원과 지나친 보호를 받는 정치 기업의 특권적 횡포에서 빚어졌다. 2만 여 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큰 회사에서 복지시설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의무실은 간판 뿐이며, 구급차는 고장 난 한 대가 전시용으로 있었을 뿐이다. 동물적 수탈에 통분을 금할 수 없었다. - 신민당 김윤덕

 

  이 외에도 여러가지 현대 자동차에서 이루어졌던 행위들을 살펴본다면 정말 심각한 기업관을 가지고 운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말 심각하지 않은가? 노조 설립 서류를 뺏어간다던지, 조폭을 동원하여 노조를 와해한다던지 책을 읽어보면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정확하게 정리되어있으니 살펴보기 바란다.


마치며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부분은 크게 2가지이다. 

  1. 재벌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 
  2. 재벌이 재산을 세습하는 행태

  평소 기업인들이 어떠한 방탕한 생활을 진행하던지 우리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자신들의 돈으로 자신들이 즐기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편법, 심지어 불법의 요지가 있을 법한 일들을 지켜보는 것이 과연 책임감 있는 행동인지 묻고 싶다. 삼성의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사건만 보더라도, 얼마나 삼성의 영향력이 사회에 깊게 뿌리내렸는지 알 수 있다. 최근 이재용이 가석방된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다. 나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세상에 살고 싶지 않다. 단순 대기업 혐오를 하자는 말이 아니다. 대기업이 우리에게 주는 긍정적 영향은 너무나도 많이 봐왔고, 언론도 매일 대서특필하지 않는가. 객관적인 입장에서 기업을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반응형